안녕하세요, 4월 말에 아이를 보내준 고등학생 3학년입니다.우선 떠난 아이의 특징을 말씀드리자면.. 11살에 만나 19살에 떠나보낸, 인생의 절반 정도를 함께한 15세 노견이었습니다. 처음엔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더니 다음으로는 청력도 잃고, 그 다음으로는 뒷다리에 힘도 못 줬습니다. 그러다 괄약근 힘이 약해서 자다가 이불/담요에 실례를 하기도 했습니다.아직도 죽기 며칠 전과 죽었을 때의 모습이 떠오름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고구마를 먹지도 않고, 아무리 따듯하게 감싸주어도 차갑기만 하던 체온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아니길 바라며 노견 죽기 전 증상을 찾아봤지만 역시나였고, 이틀 정도가 지나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났습니다.당시 수요일이었고, 친구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니와의 통화로 강아지가 떠난 것을 들었습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아침까지만 해도 색색대며 잠들어있던 아이가 겨울철 장작처럼 딱딱하게 변해있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따듯하라고 덮어준 후드티 (담요가 없었거든요) 가 숨을 못 쉬게 했나 봅니다.10년차 견주에, 전에도 이미 세 마리의 강아지를 떠나보낸 터라 당일에 울고 괜찮아진 줄 알았습니다. 슬픔을 느끼지 못할 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날의 저를 되돌아보니, 애기가 쓰던 옷이며 목줄이며 장난감을 볼 때마다 표정이 굳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경직된 채 미동도 없던 아이의 사체가 떠오릅니다. 잊어보려고 애기가 숨을 거둔 자리에 책상을 새로 배치해 보았지만 오히려 더 생각이 납니다.이후로 계속 꿈에 아이가 나와요. 죽기 전처럼 앙상하고 털이 없던 시력을 잃은 모습이 아니라털도 윤기나며 숱이 많고, 통통하고, 깨끗한 눈을 한 젊은 모습으로만 나타나요.가족들 앞에서 울면 제가 아이를 못 떠나게 한다며 뭐리고 할까 봐 몰래 울고요, 처음부터 애기가 없던 것처럼 행동하는 가족들이 밉기도 합니다. 특히 언니는 애기가 죽고 3, 4일 뒤에 남친과 여행을 가서 더 화가 나고 더 힘듭니다. 이렇게 아이의 꿈을 자주 꾸는 것도,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도, 펫로스 증후군인지 궁금합니다.'아.. 이건 애기 살아 있을 때 산 물건인데..' 하면서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펫로스 증상이 맞나요?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정성스러운 답변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