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웃어야 할지, 씁쓸해야 할지 마음이 널뛰죠.
바로 그 경계에서 ‘굿뉴스’는 블랙코미디를 통해 국가와 개인의 역학을 뼈아프게 비틀어 보여줍니다.
배경과 관점
영화는 1970년 요도호 납치 실화를 바탕으로, 남한 당국이 김포공항을 평양처럼 위장해 기체를 유도하는 아이디어를 핵으로 삼습니다. 다만 사건 재현보다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어처구니와 관료적 허위를 전면에 내세우죠. 그래서 총과 칼보다 무서운 건 권력이 꾸며 낸 이야기, 즉 제도적 연극입니다.
블랙코미디의 작동 원리
웃음의 포인트는 두 가지에서 나옵니다. 첫째, 관료제의 말잔치와 실수들이 생사의 현장을 희극 무대로 바꾸는 아이러니. 둘째, 모든 인물이 자기 ‘진실’을 주장하지만 그 진실들이 충돌하며 더 큰 혼돈을 낳는 역설입니다. 영화는 사건을 일직선 스릴러로 몰지 않고, 허풍과 연출과 믿음이 합쳐질 때 현실 자체가 어떻게 뒤틀리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톤은 가볍지만 결론은 무겁습니다. 무엇이 진짜 사실인가를 묻는 의심을 관객에게 끝까지 남기니까요.
국가와 개인, 변성현의 풍자
변성현 감독은 국가라는 이름의 거대한 극단이 개인을 도구로 삼는 과정을 드라이하게 관찰합니다. 권력은 실적과 면피를 위해 사건을 극처럼 기획하고, 개인은 그 극의 소품이 되거나 살아남기 위해 연기를 택합니다. 감독 스스로 이 작품을 권위와 명분의 허세를 비웃는 블랙코미디로 규정하며, 진실은 연출과 욕망이 개입할 때 얼마나 쉽게 변형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주요 캐릭터 해석과 연기의 역할
설경구 아무개
암호명 아무개는 시스템 밖에서 시스템을 조종하는 연출자 캐릭터입니다. 설경구의 건조한 농담과 미세한 표정 변화는 이 인물이 정의나 이념이 아니라 결과와 생존에 집중하는 실용주의자임을 드러냅니다. 그가 던지는 냉소는 폭력보다 위험한 국가의 연출술을 관객에게 인지시키는 장치죠. 설의 무게감 덕에 허무맹랑할 법한 작전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홍경 서고명
홍경은 공군 출신 관제사 서고명을 통해 ‘시스템의 톱니’가 양심과 유능함 사이에서 갈라지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초반의 회의와 두려움, 중반의 몰입, 후반의 도덕적 숙취까지 감정 곡선을 깔끔히 잇습니다. 결국 그가 하는 일은 비행기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진실의 방향을 유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죠. 이 내적 진폭이 영화의 인간적 온도를 책임집니다.
류승범 박상현
류승범이 연기하는 정보 수장 박상현은 권력의 욕망을 가장 노골적으로 구현합니다. 그는 성과와 스토리텔링을 위해 규칙을 바꾸고, 위험도 ‘연출’ 가능한 요소로 취급합니다. 특유의 장난기와 냉혹함이 뒤엉킨 에너지로, 권력이 어떻게 사람을 설득하고 압박하는지, 또 실패조차 내러티브로 포장하는지 보여줍니다. 캐스팅의 배경과 현장 뉘앙스를 보면, 감독이 이 역할에 류승범의 양가성을 적극 요구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 블랙코미디인가
실제 사건은 이미 현실이 허구를 앞질렀던 희대의 해프닝이었죠. 영화는 여기에 허구를 한 방울 더 떨어뜨려, 권력이 만들어 내는 ‘그럴듯한 연극’과 대중이 갈망하는 ‘믿고 싶은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을 비춘다는 점에서 블랙코미디가 가장 적절한 그릇입니다. 그래서 장르적 재미를 누리면서도, 관객은 뉴스와 역사, 기록과 연출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 깨닫게 됩니다.
감독의 문법과 차별점
변성현은 킬복순과 킹메이커에서 다져온 리듬과 설득의 미학을 코미디 문법으로 확장합니다. 비선형 구성, 이중 내레이션, 돌발적 폭력의 삽입, 시대고증의 집요함이 뒤섞이며 와그더독식 정치 풍자와 캐치22식 전쟁 풍자를 한국적 어조로 번안합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납치극의 외피를 쓰되, 실은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권력이 서사를 점유하는 방식을 해부하는 메타 스릴러로 귀결됩니다.
정리
굿뉴스의 웃음은 불편하고, 그 불편이 곧 메시지입니다. 국가가 꾸민 이야기 속에서 개인이 자기 이름을 지키는 일은 왜 이토록 어렵나. 이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설경구 홍경 류승범의 연기와 변성현의 연출에서 나옵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아래 추가로 정리 해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