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글만으로도 보호자님의 마음이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됩니다. 갑작스러운 진단, 긴급한 수술, 이어지는 의사의 설명 속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고 두려우실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남편분은 악성 교모세포종(4기) 진단 후, 긴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이후 심한 뇌부종이 생기면서 두 차례 배액관 삽입 시도를 했지만, 한쪽은 실패하고 현재는 약물로 조절 중입니다.
CT 상 뇌간 손상이 확인되어 의식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설명을 들으셨습니다.
장기 기능은 아직 유지되고 있어, “연명치료 여부”에 대해 의료진이 계속 논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호자 입장에서 느끼는 불안과 의문
“발가락, 목, 다리가 움직이는데 기계 반응이라고만 한다”
→ 중환자실에서는 반사(reflex)와 자발적 움직임을 구분하는데, 보호자 눈에는 희망적인 움직임으로 보이지만, 의료진은 뇌 기능과 무관한 “기계적 반사”일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다만,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기계 반응”이라고만 말한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왜 이렇게 빨리 연명치료 중단을 권하나”
→ 뇌간 손상은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극히 낮고, 장기적으로 중환자실 자원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배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에게는 너무 빠른 결정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 건강 얘기를 자꾸 하는 이유”
→ 솔직히 말씀드리면, 뇌사 가능성이 높을 때 의료진은 장기 기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 권유하지 않더라도, 반복해서 장기 상태를 언급한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죽음을 전제로 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보호자분께 드리는 조언
다른 병원 의견(세컨드 오피니언) 요청
→ 대학병원 신경외과나 신경중환자 전문의에게 영상자료(MRI, CT, 수술 기록)를 들고 가서 자문을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의료진이 ‘회복 불가능’이라 설명해도, 보호자가 확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질문하기
“뇌간 손상이 어느 부위, 어느 정도인지?”
“지금 보이는 움직임이 뇌 반사인지, 척수 반사인지, 자발적 움직임일 가능성은 없는지?”
“현재 치료의 목표가 회복인지, 단순 생명 유지인지?”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묻고 기록해 두세요.
연명치료 결정은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 법적으로도 보호자가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병원 사정(중환자실 병상 회전)을 이유로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면, 오히려 의료진에게 “저희는 시간을 더 원한다, 합법적으로 보호자의 결정권을 존중해 달라”고 분명히 말씀하세요.
윤리위원회 또는 사회복지팀 상담 요청
→ 병원마다 환자·보호자 갈등 상황에서 중립적으로 조율해주는 기구가 있습니다. 의료진의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제3자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정리:
현재 상황은 의학적으로 매우 위중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로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다른 의견을 들어볼 권리도 있습니다.
연명치료 여부 결정은 법적·윤리적으로 보호자가 할 권리가 있으며, 의료진이 병상 문제로 조급하게 압박하는 듯하다면 공식적으로 시간을 요청하세요.
가능하다면 영상 자료를 가지고 세컨드 오피니언을 받아보시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안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