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전설에, 용이 은나라를 날아다녔고, 상보(尚父, 강태공)는 주나라를 위해 매처럼 날아다녔으며, 공자 성인은 수레바퀴가 멈추지 않았고, 묵자는 새벽을 기다리지 않고 수레를 몰았다.
이들은 모두 백성들의 재앙을 구제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군주가 홀로 바로설 수 없는 것은, 도(道)는 사람에 의해 널리 퍼지는 까닭이다.
하물며 지금은 구복(九服: 천자의 통치영역)이 오랑캐의 땅으로 나뉘어지고, 두 수도가 모두 오랑캐의 소굴이 되었으며,
천자는 강동의 외진 곳에 숨어 있고, 명교(名教: 유교 윤리)는 오랑캐 옷[좌임: 왼쪽으로 여미는 옷] 속에 빠져 버렸다.
해악이 심하게 시작되었고, 피함은 들은 바가 없다.
선생께서는 세상을 구제할 재능을 품고 있으면서, 앉아서 보고만 있을 뿐 구제하지 않으니,
그것이 인(仁)과 지(智)에 부합하는 것인지, 내가 감히 의문을 품는다.
그러므로 사자를 보내어 빈자리를 비우고 부절(조정의 명령을 뜻함)을 드리며,
선생을 학처럼 목 빼고 기다리오니, 부디 우리 조국을 돌보아 주시기를 바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