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힘드셨겠어요. 여기 이렇게 글을 올려주신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내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겪으신 일들을 읽으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친오빠에게서 겪으신 학대와 폭력, 그리고 그로 인해 깊어진 상처들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고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가족으로부터 받아야 할 사랑과 보호는커녕,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으셨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한 경험들 이후에 가족들과 의절하고 지내시다가, 이제 와서 편찮으시다는 이유로 연락하여 자식 된 도리를 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나실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오랜 세월 방치하고 상처만 준 이들이 갑자기 나타나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대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입니다.
묻는 자식이냐고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님과 형제로부터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겪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분이, 그러한 고통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다시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건강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일들에 대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냐고 스스로를 탓하고 계신 듯하여 더욱 안타깝습니다. 잘못한 것은 님 자신이 아닙니다. 어린 님에게 마땅히 사랑과 보호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대와 폭력을 행사한 가족들이 잘못한 것입니다. 어떤 자식도 부모나 형제에게 학대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느끼시는 억울함, 화, 답답함, 그리고 잠도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할 만큼 힘든 감정들은 그동안 억누르고 참아왔던 고통이 터져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 감정들을 애써 누르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간병을 도울 의무는 없습니다. 님은 더 이상 과거의 상처를 반복하거나, 자신을 해한 이들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옳습니다.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